‘선생님, 어깨가 아파 어제는 밤에 한숨도 못자고 꼬박 셋어요. 집 가까운 병원에서 진료 받고 물리치료도 했는데 나아지지가 않아요. 혹시 오십견인가요?’54세인 김모씨(여)가 진료실에 오셔서 하신 첫 말씀입니다.

 

오십견이란 병이 있을까요?

어깨통증으로 병원에 내원하시는 분들의 공통점은 통증이 있어도 참고 견디다가 참을 수 없을 정도일 때 오신다는 점과, 나이가 오십대 즈음인 분들은 본인의 증상이 오십견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오십견이란 말은 예전 진단 기기가 발전하기 전에 어깨관절이 굳어지고 통증이 생기며 원인을 잘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주로 중년 나이인 50대에 많이 생긴다하여 오십견이라 자연스레 붙었던 것입니다. 지금까지 어떤 책을 보아도 오십견의 정확한 정의(오십견이란 이런 것이다라는 규정)에 대해서는 통일된 것이 없으며 단순히 관절 운동의 장애가 심하고 그 원인을 모를 경우로 한정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최근 들어 진단기기가 발전하며 오십견이 관절막에 염증성 변화와 섬유증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관절막이 굳어지면서 운동 장애가 온다는 병의 진행 과정이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오십견으로 진단 후 수술적 치료를 시행한 경우의 65% 정도에서 회전건개의 부분 파열이 원인으로 관찰되어 회전건개의 노화성 변성 및 미세한 부분 파열이 오십견이라는 병의 중요한 원인인자일 것으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자기공명 영상촬영(MRI)의 해상력이 높아져 보다 더 정밀하게 검사할 수 있게 되고 보다 더 나은 진단기기가 발전한다면 아마 오십견이라는 병명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것이라 판단됩니다.

 

요통만큼이나 흔한 어깨 통증 원인은 뭘까요?

어깨통증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그 중 가장 흔한 회전건개 손상으로 인한 어깨통증이 가장 많은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회전건개란 어깨에서 팔에 붙어있는 중요한 4개의 힘줄을 말하며 팔을 자유롭게 돌리고 움직이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회전건개는 나이가 들면서 튼튼하게 구성하고 있는 단백질의 변성과 생성이 감소되며 점차 약해지고 탄력성도 잃어버리며 노화가 진행됩니다. 이렇듯 약해진 힘줄은 과도한 사용이나 사소한 외상으로 미세하게 손상되고 이로 인해 관절 내에 염증이 생기면서 통증이 발생하며 염증으로 유발된 관절막 섬유증으로 관절 운동의 장애가 올 수 있습니다. 이러한 손상과 힘줄의 노화 과정이 점차 진행되면 회전건개 부분 손상이나 완전 파열까지 진행되며 이러한 과정은 적어도 몇 년에 걸쳐 조금씩 진행됩니다. 가벼운 요통의 경우 전 국민의 80%까지 앓는다는 보고처럼 어깨 통증도 가볍게 앓고 지나가면서 어깨가 살짝 굳어지는 것까지 포함하면 요통만큼이나 흔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러나 젊은 사람이나 외상으로 갑작스럽게 어깨 통증이 생기는 경우에는 어깨 주위 뼈가 골절되거나 관절이 빠지는 경우 외에도 엑스레이 검사에서 보이지 않은 회전건개의 파열이나 비구순 파열, 인대 손상 등 여러 원인이 있을 수 있어 그 원인을 찾아 치료 하여야 합니다. 특히 외상성 회전건개 파열의 경우는 시간이 지날수록 그 치료 결과가 떨어지므로 낙상이나 탈구 후 갑작스럽게 팔 들기가 어렵다면 서둘러 치료 받아야 합니다. 저희 병원에서는 어깨통증을 원인치료에 중점을 두고 시행하고 있습니다.

 

어깨질환 진단

어깨 질환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아픈지, 얼마나 아팠는지 다쳤는지 등의 병력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엑스레이 검사, 초음파 검사, 자기공명영상검사(MRI), 관절강내 주사 후 CT검사 등이 이용됩니다. 그리고 신경계의 이상증상(저림이나 마비 등)이 동반될 경우는 경추부위의 정밀검사나 신경전도 및 근전도 검사가 필요합니다.

 

어깨질환은 모두 수술해야 하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회전건개 질환의 경우 파열이 없는 경우는 처음에는 약물치료나 운동치료 같은 요법이 우선이며 적어도 6개월 내지 1년 정도 경과 관찰하면 많은 분들이 호전됩니다. 그러나 어깨질환이 대개 노화과정과 연관되어 있으므로 재발 방지를 위한 운동 치료는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증상의 호전이 없을 경우 수술적 치료가 도움이 되며 치료 결과는 적어도 90%이상에서 통증이 경감되고 어깨 기능이 향상되는 것으로 비교적 만족할만합니다. 회전건개 파열의 치료에는 환자분위 나이, 파열된 회전건개의 크기, 회전건개 파열로 인한 관절염 동반 여부가 중요한 결정 요소가 됩니다. 또 광범위한 회전건개 파열과 관절염이 동반된 고령 환자의 경우 인공관절 같은 치료가 도움이 됩니다. 수술 술기의 발달로 요즘은 회전건개 봉합술에 관절경적 수술이 주로 사용되고 있지만 뼈가 너무 약한 경우나 회전건개 봉합을 위해 이식술이 필요한 경우는 절개하는 방법도 이용되고 있습니다.

수술 후 일상적인 직업 생활로의 복귀는 질환에 따라 좀 차이가 있지만 가장 흔한 회전건개 봉합술의 경우 약 6주간의 보조기 착용과 6~10주간의 운동치료가 필요하여 통상적으로 수술 후 약 3~4개월이 소요됩니다. 회전건개의 위축이 많고 그 크기가 큰 경우는 회전건개봉합술 후에도 치유되지 않고 다시 파열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환자의 경우 통증과 그 기능이 향상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어깨질환은 생기는 원인을 잘 이해하고 그에 따른 적절한 사용과 스트레칭을 포함한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앓는 기간을 줄여주고 재발 예방에 효과적입니다. 회전근개가 파열되어 너무 시간이 지체된 경우 수술 후 재파열의 가능성이 높고 또 봉합하더라도 근력의 회복이 안 되거나 부분적인 경우가 많다는 부분 잊지 마시고 적어도 3~6개월 이상 지속되는 어깨 통증이나 운동 장애, 특히 외상 후에 생긴 통증이 생각보다 오래가면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Posted by 세명기독병원
:

필자는 커피를 즐기는 편이다. 하루에 서너 잔은 보통이고 많이 마시는 날에는 대여섯 잔까지 마시기도 한다. 어떨 때는 커피를 너무 많이 마셔 속이 좀 쓰리기도 하기 때문에, 좀 적게 마셔야지 하면서도 막상 커피를 즐기는 버릇을 없앨 수가 없다. 날씨가 좋은 날은 날씨가 좋아서 한 잔, 기분이 좀 꿀꿀한 날은 또 그래서 한 잔, 이러니 커피 중독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긴 하지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 또 마시곤 한다.

사실 커피의 나쁜 점은 많이 알려져 왔다. 커피를 많이 마시면 교감신경이 활성화 되면서, 가슴이 많이 뛰는 부정맥이 올 소지가 많다고 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심장 발작을 일으킬 확률이 높아진다고도 이야기 되어 왔다. 또한 위 점막을 많이 자극하여, 위궤양 등의 발생빈도가 올라간다고 하기도 하고, 숙면을방해하여 몸이 피로해지고 불안증 등이 잘 온다고도 한다. 그러나 사실은 이러한 '커피의 나쁜 점'에 대한 과학적 근거는 매우 부족한 편이다. 문헌을 면밀히 고찰해 보면 보통 단기간의 커피 섭취량과 주관적 증상과의 관계를 기술한 내용들이 많고 제대로 체계화된 대규모, 장기간의 역학조사를 거쳐서 나온 결론은 별로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가끔은 커피의 좋은 점도 심심치 않게 의학 잡지에 기술이 되어오곤 했다. 당뇨발생 억제효과, 심장병 예방 효과도 발표된 적이 있고, 심지어는 일부 암의 발생 억제 효과도 기술 되어 왔다.

그런데 최근 도착한 최신의학 잡지를 보니 커피가 더 맛있게 느껴질 좋은 소식이 있어 눈이 번쩍 띄었다. 미국심장협회에서 발행하는 최고 권위의 의학 잡지인 서큘레이션 2009년 3월 3일 판에 커피 소비량과 중풍 발생간의 관계를 연구한 논문이 실렸다. 그것도 무려 8만 3천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무려 24년간 전향적으로 관찰하여 나온 초대형 연구이니, 가히 블록 버스터 급 연구결과라 할 만하다.

이에 따르면 커피를 하루 4잔 이상 마시는 여성은 커피를 안 마시는 사람에 비해 뇌졸중 위험이 20% 이상 줄어드는 것으로 나왔고, 하루 한잔 마시는 여성도 뇌졸중이 12% 나 줄어 드는 것으로 나왔다. 그전에도 이와 유사한 결과들이 소규모 연구에서 발표 된 적이 있어 커피의 뇌졸중 예방 효과는 어느 정도 알려져 있었으나, 이렇게 대규모 연구에서 확인된 것은 처음인 것으로 생각된다. 이 정도 규모의 대형 연구에서 이런 식으로 명확한 결론이 나면 이 결과를 뒤집을 만한 다른 연구들은 나오기 어렵기 때문에, 이 내용은 거의 그대로 의학계의 정설이 되고 만다. 생각해 보라. 어느 누가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커피와 뇌졸중의 관계를 다시 한번 시간 들이고 돈 들여서 연구 주제로 삼아 한번 더 연구 작업을 해 볼 엄두를 내겠는가. 사실 8만 명을 24년간 추적 해 본다는 것은 웬만해서는 하기 힘든 일 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니 이제는 커피가 중풍 예방 효과가 있다는 것은 정설이라고 해도 될 듯 싶다. 갑자기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며 커피가 한잔 더 마시고 싶어진다.

향긋한 커피 한잔을 마시고 나서 바야흐로 기분이 좋아지려는 순간, 논문을 다시 한번 들여다 보니 아뿔싸, 이것은 여성만을 대상으로 한 연구라는 것이 강조 되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 결과가 과연 남성에도 똑 같이 적용될 수 있을까? 물론 그러리라 추측은 되지만, 그것은 알 수 없는 것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과학적 사실은 대충 적용될 수는 없는 법, 증거 위주의 의료를 강조하는 현대 의학에서는 그런 식으로 결론을 낼 수는 없는 법이다. 갑자기 한숨이 나온다. 남성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연구가 나올 때 까지는, 커피를 많이 마시는 것은 아직은 자제해야 하겠다. 대신 집사람에게 좋은 커피나 한 통 선물해야 하겠다. 그러고 커피에 관한 문헌이나 다시 한번 찾아 보아야 하겠다. 물론 커피 한잔 더 마신 후에.

2009년 3월 경북일보 컬럼

 

'한동선 칼럼 > 테마가 있는 진료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메르스가 남긴 과제  (3) 2015.08.21
돌연사에 대하여  (1) 2014.11.04
Posted by 세명기독병원
:

한동선이사장이 쓰는 건강관리와 질환예방, 사회상에 대한 이야기들 입니다.

여기에 올려진 이야기들은 신문사 등에 칼럼으로 연재 되기도 한 내용입니다.

 

Posted by 세명기독병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