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일보 따뜻한진료에 2016년 6월 27일에 게재된 컬럼입니다.


강남역 화장실 여성 살인사건을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로 바라보는점을 말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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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별종외계오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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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심삼일(作心三日)   배경도 세명기독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과장

 


▲ 배경도 세명기독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과장
설렘과 기대 속에서 2016년 새해가 밝았다. 
새로운 시작은 그동안 제대로 이뤄내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 다시금 잘 해볼 수 있겠다는 희망을 불러일으킨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새해 첫날부터 금연과 같이 잘못된 습관을 고치거나 운동과 같이 보다 건강한 생활 방식을 도모하려고 결심을 하는 것이리라. 하지만 우리들 대부분은 이미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그것이 오래 가지 못한다는 것을.

이런 작심삼일 현상은 비단 우리에게만 국한되는 것은 아닌가 보다. 
얼마 전에 읽은 인터넷 기사에 의하면, 미국인들의 새해 결심 중에서 작심삼일로 그치는 가장 흔한 여섯 가지가 운동하기, 건강한 식사하기, 페이스북 이용 시간 줄이기, 금연하기, 술 적게 마시기, 그리고 스트레스 관리하기라고 한다. 

내용으로 보면 우리네 모습과 별로 다르지 않다. 해가 바뀌는 시점을 전기로 해서 보다 더 잘 살고 싶어 이런저런 결심은 하지만 결국은 그 원래 자리로 되돌아오는 이 행동패턴은 인종과 문화는 달라도 인간에게는 공통적인 것 같다.

대부분 사람들에게 새해 결심이란 게 얼마 못 가 흐지부지되고 마는 것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 해 동안 우리들 생활습관을 개선시키지 못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결심의 동기를 새해라는 시간의 위치에서 찾지 않는 것이 좋다. 
사람마다 다소 차이는 있겠지만, 신년 계획을 실행하는 데 있어서 완벽주의를 
추구하는 성향이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하게 잘 해내야만 의미가 있다는 강박관념이 작심삼일의 심리적 원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처음 며칠간은 결심하고 잘 실천해 나가지만, 어쩌다 하루 이틀 실패하게 됐을 때 계획이 '이미 망쳤다'는 실망감이 들면서 중도에 포기하게 되고 노력은 무기한 연기되다가 다시 내년을 맞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결국 반복된다.


해와 달의 주기에 따른 연월(年月)이 인생사에 단락을 만들어내고 새로운 단락의 시작에 맞춰 새로운 전환기를 맞는다는 착각을 일으키기는 하지만, 사실 순환 없이 연속되기만 하는 인생에서 우리의 하루하루는 그것이 캘린더 상에서 1월 1일이든 혹은 8월 15일이든, 아니면 12월의 어느 날이든 상관없이 늘 새로운 날이며, 남은 내 인생의 첫날이다. 그러니 오늘보다 더 좋은 시작점은 없으며 자신이 원하는 삶을 위해 굳이 새해 첫날을 기회로 삼을 것이 아니라, 언제든 필요를 느끼는 때에 다시 결심하고 행동으로 옮기면 되는 것이다.

연구에 의하면, 자존감이 높은 사람일수록 자신의 건강관리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것은 개인의 웰빙 상태에 부익부 빈익빈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이미 심신이 건강한 사람이 자기 관리를 통해 건강 상태를 더 증진시키는 반면에 자신을 소중히 여기지 못하는 이가 잘못된 생활습관에 빠져들면서 자신을 더 궁지로 몰아넣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새로운 한 해를 맞아 더 나은 자신을 만들기 위해 어떤 식으로든 다짐을 한 게 있다면, 특정한 날에 의미를 둘 필요도 없고, 완벽한 목표 성취를 이루지 못 해도 문제삼을 것이 없다. 중요한 것은 오늘 자신을 위해 크든 작든 뭔가를 행한다는 것이고, 그것이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작년보다는 조금이나마 나은 금년을 만들어 줄 수 있다면 충분한 값어치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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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세명기독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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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권하지 않는 송년회를 기대하며

강압적인 '술잔 돌리기' 치명적 건강 위험 초래 스스로 절제 노력 필요

배경도 세명기독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과장 2015년 12월 17일 목요일 제18면

배경도 세명기독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과장배경도 세명기독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과장


어느덧 한 해가 저물고 있다. 이즈음이면 적어도 한두 번은 송년회 모임에 참석하게 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런데 송년회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술이 아닌가 한다. '백약의 장'이라 할 수 있는 술이 사람들 모임이나 행사에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어색하거나 냉랭했던 대인관계를 터주기 때문에 모이는 자리마다 등장하는 것이겠지만, 한편에서는 '백독의 수령'이라는 다른 이름답게 술이 가져오는 수많은 개인적·사회적 피해가 송년회가 많은 연말에 집중적으로 부각되는 데에도 술은 한 몫을 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의 잘못된 술자리 문화에 대한 지적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고쳐지지 않는 몇 가지 악습이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바로 수작(酬酌)과 혼합주 관행일 것이다. 술잔을 돌리는 것은 서양권은 물론 가까운 중국이나 일본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우리만의 술 문화로 자리 잡았는데, 이는 다양한 감염성 질환으로 인한 공중보건학적인 문제를 차치하고서라도, 개인의 의사에 반해 마시도록 하는 강압성이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문제뿐만 아니라, 마시는 당사자들에게 개인의 주량을 넘어서서 과음하도록 만든다는 점에서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여기에 폭탄주나 '소맥'과 같이 두 가지 이상의 술을 혼합하여 알코올 도수를 조정함으로써 새로운 술의 미각을 좇는 행태가 결합되면서 즐거워야 할 모임이 자칫 건강을 망치는 모임으로 전락할 위험성이 아주 높아진다. 

술로 인한 위해성을 줄이고 바람직한 음주 습관을 갖기 위해서는 표준 잔(standard drink)의 개념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소주, 맥주, 막걸리, 양주, 그리고 와인 등 갖가지 종류의 술에는 각각 고유의 술잔이 존재하는데, 이는 서로 모양이나 용량이 달라도 한 잔을 마셨을 때 비슷한 신체반응을 유도해낼 수 있게끔 대략 10g 정도의 알코올을 수용하도록 제작됐다. 어떤 술이든 각 술잔 1잔이 바로 1 표준 잔이라고 보면 되는데, 건강에 위험을 초래하지 않는 바람직한 음주량은 남자의 경우에는 하루에 4 표준 잔 이내이며, 여자나 노인의 경우에는 3 표준 잔 이내이다. 그 이상의 음주량으로 술을 마실 경우 고위험 음주로 간주하는데, 고위험 음주를 반복하다보면 언젠가는 건강에 적신호가 켜질 수 있다는데 의의가 있다. 또한 개인의 주량을 결정하는데 있어서도 '소주 1병'이나 '맥주 2병'처럼 두리뭉실하게 계산하다보면 필요 이상으로 과음하게 될 소지가 많으므로, 차라리 주량을 '4 표준 잔' 같이 세밀한 단위로 계산해서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주량만큼만 마시게 된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포항은 최근 수년간 매년 조사에서 전국적으로 손에 꼽히는 고위험 음주 지역으로 보고되고 있다. 우리 지역에 어서 속히 바람직한 음주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선 술에 대한 개인의 절제 노력도 필요하지만, 강제로 술을 권하지 않고 술에 대한 상대방의 기호를 존중해 주는 건전한 사회적 분위기가 무엇보다도 시급하다. 첨잔을 하면 안 된다는 우리의 음주 에티켓은, 상대방의 잔에 술이 남아 있으면 '더는 마시고 싶지 않다'는 신호로 받아들여 더 이상 술을 권하지 않아야 한다는 의미로 재해석돼 파급될 필요가 있다. 어느 때보다도 지금 12월 송년의 달에 간절히 요구되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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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별종외계오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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