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일보에 소개된 정신건강과 배경도과장님의 "명절,앓이보다 누리기"컬럼입니다.
의료진 칼럼 2015. 9. 23. 13:43 |명절, 앓이보다 누리기
-명절 전후 스트레스 상담 늘어 대부분 40~50대 가정주부들 가족 모두 행복한 명절 만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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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경도 세명기독병원 정신건강의학과장 |
70대의 김 모 할머니는 일 년에 몇 차례 심한 홍역을 치르신다. 설이나 추석
명절,집안 제사를 앞두고 있으면 수주일 전부터 가슴이 답답해지고 뭔가가
가슴을 짓누르는 느낌이 들면서 불안해지는 걸 경험한다. 이제는 제사며
집안 행사는 며느리들에게 넘겼기에 더 이상 본인이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는 형편인데도매번 그 시기가 다가오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나타나는 증상들 때문에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치료를 받기도 했다.
결혼 3년차인 30대 회사원 이 모씨는 아내와 사이가 좋은 편이지만 평소에는
건강에 아무 문제없는 아내가 명절만 다가오면 소화도 안 되고 잠을 못 자고 여기저기 몸이 아프다며 짜증을 내는 통에 서로가 감정 충돌로 이어져 다투게 된다.
한번은 "너는 왜 우리 집에만 오면 아프냐?"고 시댁 식구들 앞에서 면박을 주었다가
그 일 후로 한 달간 냉전을 겪어야 했다.
이 씨로서도 이제 명절이 다가오는 게 즐겁지만은 않다.
20대의 박 모양은 이번 추석에 회사 업무 핑계를 대고 시골집에 안 내려가기로 했다.
벌써 몇 년 째 명절마다 반복되는 "언제 시집갈 거냐?"는 친척들의 간섭도 싫고,
가봐야 특별히 재밌는 것도 없고 하루 종일 먹고 치우는 일만 거듭되는 연휴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반갑고 즐거워야 할 명절이 분명 어떤 이들에게는 부담과 고통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알 필요가 있다. 기업에서 명절기간 동안에 당직 근무를 선호하는 이들이 많아졌다는
뉴스도 명절이 기피 되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지만 위의 사례들처럼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명절에 심신의 증상을 겪는 사람들도 의외로 많다.
명절 연휴 동안 이뤄지는 민족의 대이동도 외국인들 눈에 신기한 현상이지만
이제 '명절증후군'은 외국인들도 알만큼 유명해진 우리 사회의 불편한 진실이 되어 버렸다.
명절증후군은 일종의 정신신체증상들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여러 해 동안
반복적으로 발생된 스트레스 사건에 대해 신체가 조건반응을 일으켜서 이제는
그 시기가 다가오기만 해도 불안과 긴장, 부담감, 그리고 다양한 신체화 증상들을
발현하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실제로 정신건강의학과 진료 현장에서는 명절 전후로 해서 이런저런 스트레스로 인해
상담이나 치료를 받는 환자들이 늘어나는데, 대부분은 40~50대의 가정주부들이다.
이 말은 우리네 명절이 여성들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하는 성차별적 요소가
내재돼 있는 사회적 관습이라는 사실을 시사하는 것이며, 사회의 발전에 따라 속히
개선이 이뤄져야할 사안이긴 하지만 그렇게 되기까지는 아직도 요원해 보인다.
다행히도 최근에 명절 풍속도가 달라지고 있다. 가정의례를 간소화하고
방문 체류 시간을 줄여서 비용경제적 효과를 가질 뿐만 아니라 여성들의 부담을 줄여
주려고 하는 가정들도 늘고, 명절 연휴가 가족 여행의 기회로 활용되기도 한다.
어느 것이 더 좋다고 단정 지을 수 없겠지만 중요한 것은 가족들 중 누구 한 사람도
고통 받지 않고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그런 명절을 만들어 나가는 것일 거다.
시대의 변천을 따라서 명절을 맞아 우리의 생각과 태도를 조금만 바꾸어 그동안 힘들어도 많이 참아왔던 우리의 어머니나 부인, 며느리를 조금만 더 배려한다면 더 이상 명절을 '앓는' 것이 아니라 '누리는' 시간으로 만들 수 있으리라.
기사보기: http://www.kyongbuk.co.kr/?mod=news&act=articleView&idxno=9367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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