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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가 남긴 과제

중소병원 의료 수준 올리고 왜곡된 의료전달체계 고쳐야 응급실 과밀화 문제 풀린다

한동선 세명기독병원 병원장 경북일보 2015년 08월 20일 목요일 제19면

 

▲ 한동선 세명기독병원 병원장

메르스 사태는 우리 사회, 특히 의료계에 많은 과제를 남겼다. 세계에 내놓을만한 첨단 의료시설과 우수한 의료인력을 보유하고 있어, 외국 환자를 유치하는 의료관광이 앞으로 우리가 나아갈 방향이라고 자랑하던 우리 의료계가 이번에 그만 민낯을 드러내고 말았다.

이번 메르스 확산의 첫번째 원인은 단연 응급실 문제일 것이다. 많은 메르스환자가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발생했다는 것은 우리나라 응급실의 문제점을 확실히 드러낸 것이라 할 수 있다. 삼성서울병원은 이미 병원을 대대적으로 혁신하겠다고 선언하고 첫번째로 응급실의 구조개선에 나섰다. 응급실의 공간을 충분히 확보하고 환경을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응급실을 넓히고 격리 칸막이를 잘 만들어 감염 확산 가능성을 줄인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넓은 공간과 좋은 시설이라는 것은 상대적인 문제다. 환자가 몰리면 아무리 넓은 공간도 바로 좁은 공간이 되고 북적거리는 장소가 될 뿐이다. 입원 환자가 꽉 차서 병실 여유가 없는데, 환자들이 응급실에서 입원실이 비기를 며칠씩 기다리는 상황이 계속되면, 단순한 시설 개선으로는 응급실 과밀화 해결은 불가능하다.

이를 해결하려면 의료 전달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환자들이 조금만 아파도 유명 대형병원부터 찾는 의료 전달체계의 왜곡 현상을 손 보지 않고는 응급실 과밀화 문제는 나아지지 않을 것이다. 1차, 2차, 3차 병원을 확실히 정하고, 꼭 필요한 환자들만 3차 병원을 이용하도록 강제하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이런 제도는 또 하나의 규제라는 항의만 들을 것이다. 그러므로 진정한 의료 전달체계의 확립을 위해서는 전국에 산재해 있는 중소병원의 수준을 올리는 일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돼야 한다. 중소병원의 수준이 획기적으로 개선되고 향상된다면, 환자들은 더 큰 병원에 가라고 해도 멀어서 불편하다면서 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중소병원 수준을 대폭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우선 의료시설은 도로나 항만, 경찰서, 소방서에 못지않은 지역 내 기초적인 기반시설이라는 점을 많은 분들이 인식해야 한다. 역내 의료기관이란 지역민들의 가장 기초적인 안전망에 속하기 때문이다. 의료시설의 존재 의의를 확실히 알고 그 인식을 바탕으로 역내 의료기관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감시가 필요한 것이다. 또한 공공적인 성격의 대형 투자도 여러가지 방법으로 해야만 하고 또한 지속적으로 해야만 한다. 지금과 같이 개별 의료기관이 자체적으로 금융권 차입을 통해 자금을 마련하고 조금씩 투자하는 형태로는 획기적 발전이란 요원할 수 밖에 없다. 투자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공공 예산을 투입하는 방식이 가장 좋겠지만, 이런 것들이 어렵다면 의료채권을 발행하는 방식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또 기업체들을 통하는 방식도 있을 것이다. 주식 발행을 통한 투자 재원 마련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제도적으로 어렵다면 병원경영전문 주식회사를 통한 간접 투자도 가능할 수도 있다. 여하간에 어떤 방법을 통해서라도 지역민들이 의료기관의 중요성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투자할 수 있게 하고, 의료수준을 올림으로써 지역 내에 좋은 의료기관이 산재한다면 환자가 분산되면서 의료 전달체계도 저절로 바로 잡히게 될 것이고 가장 중요한 메르스 대책 중 하나가 완성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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