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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8.21 메르스가 남긴 과제 3
  2. 2014.11.04 돌연사에 대하여 1
  3. 2014.10.30 향긋한 커피 한잔을 마시면서

메르스가 남긴 과제

중소병원 의료 수준 올리고 왜곡된 의료전달체계 고쳐야 응급실 과밀화 문제 풀린다

한동선 세명기독병원 병원장 경북일보 2015년 08월 20일 목요일 제19면

 

▲ 한동선 세명기독병원 병원장

메르스 사태는 우리 사회, 특히 의료계에 많은 과제를 남겼다. 세계에 내놓을만한 첨단 의료시설과 우수한 의료인력을 보유하고 있어, 외국 환자를 유치하는 의료관광이 앞으로 우리가 나아갈 방향이라고 자랑하던 우리 의료계가 이번에 그만 민낯을 드러내고 말았다.

이번 메르스 확산의 첫번째 원인은 단연 응급실 문제일 것이다. 많은 메르스환자가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발생했다는 것은 우리나라 응급실의 문제점을 확실히 드러낸 것이라 할 수 있다. 삼성서울병원은 이미 병원을 대대적으로 혁신하겠다고 선언하고 첫번째로 응급실의 구조개선에 나섰다. 응급실의 공간을 충분히 확보하고 환경을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응급실을 넓히고 격리 칸막이를 잘 만들어 감염 확산 가능성을 줄인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넓은 공간과 좋은 시설이라는 것은 상대적인 문제다. 환자가 몰리면 아무리 넓은 공간도 바로 좁은 공간이 되고 북적거리는 장소가 될 뿐이다. 입원 환자가 꽉 차서 병실 여유가 없는데, 환자들이 응급실에서 입원실이 비기를 며칠씩 기다리는 상황이 계속되면, 단순한 시설 개선으로는 응급실 과밀화 해결은 불가능하다.

이를 해결하려면 의료 전달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환자들이 조금만 아파도 유명 대형병원부터 찾는 의료 전달체계의 왜곡 현상을 손 보지 않고는 응급실 과밀화 문제는 나아지지 않을 것이다. 1차, 2차, 3차 병원을 확실히 정하고, 꼭 필요한 환자들만 3차 병원을 이용하도록 강제하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이런 제도는 또 하나의 규제라는 항의만 들을 것이다. 그러므로 진정한 의료 전달체계의 확립을 위해서는 전국에 산재해 있는 중소병원의 수준을 올리는 일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돼야 한다. 중소병원의 수준이 획기적으로 개선되고 향상된다면, 환자들은 더 큰 병원에 가라고 해도 멀어서 불편하다면서 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중소병원 수준을 대폭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우선 의료시설은 도로나 항만, 경찰서, 소방서에 못지않은 지역 내 기초적인 기반시설이라는 점을 많은 분들이 인식해야 한다. 역내 의료기관이란 지역민들의 가장 기초적인 안전망에 속하기 때문이다. 의료시설의 존재 의의를 확실히 알고 그 인식을 바탕으로 역내 의료기관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감시가 필요한 것이다. 또한 공공적인 성격의 대형 투자도 여러가지 방법으로 해야만 하고 또한 지속적으로 해야만 한다. 지금과 같이 개별 의료기관이 자체적으로 금융권 차입을 통해 자금을 마련하고 조금씩 투자하는 형태로는 획기적 발전이란 요원할 수 밖에 없다. 투자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공공 예산을 투입하는 방식이 가장 좋겠지만, 이런 것들이 어렵다면 의료채권을 발행하는 방식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또 기업체들을 통하는 방식도 있을 것이다. 주식 발행을 통한 투자 재원 마련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제도적으로 어렵다면 병원경영전문 주식회사를 통한 간접 투자도 가능할 수도 있다. 여하간에 어떤 방법을 통해서라도 지역민들이 의료기관의 중요성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투자할 수 있게 하고, 의료수준을 올림으로써 지역 내에 좋은 의료기관이 산재한다면 환자가 분산되면서 의료 전달체계도 저절로 바로 잡히게 될 것이고 가장 중요한 메르스 대책 중 하나가 완성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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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세명기독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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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은 가끔 직장 동료나 친지, 그리고 사회 저명인사의 돌연사 소식을 신문이나 텔레비전 뉴스 또는 갑자기 전해 온 부고를 통해 듣습니다. 젊은 야구 선수가 안타를 치고 달려 나가 2루 발판을 밟고 나서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진 것도 아직 기억에 남아있고, 우리에게 웃음을 많이 선물해주던 어느 코메디언도 갑자기 사망하여 신문지상에 크게 보도되곤 하였습니다.

이렇게 우리에게 갑작스러운 놀라움과 안타까움을 안겨주는 돌연사라는 것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태에서 그야말로 돌발적으로 발생하고, 증상이 발생한지 1시간 이내에 사망하는 것을 말합니다.  돌연사는 뇌출혈 등 비 심장질환에 의해서도 일어날 수 있지만 심장병에 의한 경우가 가장 많습니다. 따라서 특별한 언급이 없으면 일반적으로 돌연사는 돌연 심장사를 의미합니다.

우리나라에서의 돌연사 발생은 과거에는 사실 그렇게 많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 그 발생률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어 머지않아 서구의 여러 나라 수준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발전하여 선진국을 따라가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이런 것까지는 따라갈 필요가 없는 데도 말입니다.  생활이 편리해 지면서 육체활동이 줄고,  먹을 것이 풍부해 지면서 칼로리 섭취와 육류소비가 느는 반면, 사회가 복잡 해 지면서 스트레스가 늘어나는 등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되어 이런 변화가 일어난다고 생각됩니다.  또 최근 많이 밝혀지고 있지만 다이옥신 축적 등 환경요인도 일조 하리라고 생각되어지고 있습니다.

사실 돌연사를 일으킬 있는 원인 질환은 매우 다양합니다만 가장 많은 경우는 심장세포에 피를 공급해주는 관상동맥이 막혀서 오는 관상동맥질환입니다관상동맥이 갑자기 막히면 순간부터 심장 근육세포가 산소 부족으로 죽어가게 되는데 이때 생기는 심실 빈맥성 부정맥에 의해 돌연사가 발생하는 경우가 가장 흔하여 전체 돌연 심장사의 7080% 차지합니다.  다음으로는 심장근육의 질환인 심근증이 기저질환이 되어 여기서 발생하는 부정맥으로 돌연사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는데 심장근육이 비정상적으로 두꺼워지는 비후성 심근증과 심장 근육이 약해지면서 심장이 확장되는 확장성 심근증 등이 여기에 속합니다 외에도 돌연사를 일으키는 질환으로는 심근염, 심장판막증 등이 있고 약물에 의한 경우 등도 있으며일차성 부정맥질환인 브루가다 증후군롱큐티 증후군 등의 질환들이 있을 있습니다이런 질환들은 대부분 심전도와 기타 일반적인 심장검사들로 검사가 가능한 질환들입니다. 심근증도 심장초음파검사로 쉽게 진단되는 질환입니다. 그러므로 빈도로 보나 검사의 어려움으로 보나 예측성으로 보나 가장 중요한 질환은 역시 관상동맥질환이라고 하겠습니다.

관상동맥이 좁아지거나 막히면, 침범 혈관의 위치와 막히는 속도에 따라 관상동맥질환은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증 또는 돌연사로 나타납니다. 일반적으로 관상동맥질환이 처음으로 병으로 나타날 50% 심근경색증으로, 30% 협심증으로, 20% 돌연사로 나타납니다. 말은 관상동맥질환을 가진 사람 5 가운데 1 정도는 아무런 증상 없이 건강하게 지내다가 갑자기 돌연사로 급사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평소에 건강하게 지내다가 갑자기 돌연사한 경우에 무슨 새로운 병이 갑자기 생겨서 사망한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는 심장 근육세포나 관상동맥에 증상을 일으킬 정도는 아니지만 이미 문제가 생겨있었던 경우가 많습니다. 단지 증상이 없어 진찰을 받아보지 않아 병이 있다는 것을 사전에 없었거나 병이 경미하여 검사에도 발견되지 않았을 뿐입니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사실입니다. 돌연사는 매우 치명적이어서 예방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질환인데 돌연사가 한순간에 생긴 새로운 병에 의해서 발생한다면 미리 막기란 매우 어려울 것이지만 돌연사의 원인 질환이 사전에 상당한 기간을 두고 진행하다가 돌연사를 일으킨다면 사전에 병의 진행을 막을 있는 충분한 시간이 있어 예방 조치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돌연사의 가장 많은 원인이 되고 있는 관상동맥질환은 관상동맥의 동맥경화에 의해서 일어나는데 동맥경화는 20∼3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에 서서히 진행하기 때문에 동맥경화가 심각하게 진행되는 것을 사전에 예방하면 관동맥의 급성 폐쇄에 따른 돌연사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관상동맥질환이 국민 건강에 최고의 적이라는 것을 일찍 파악하고 1970년대부터 식생활 습관의 개선과 금연 운동을 대대적으로 전개하고 동맥경화의 위험 요인으로 알려진 고혈압과 고지혈증을 적극적으로 치료하여 관상동맥질환에 의한 사망률을 지난 30년 동안에 50% 이상 감소시킨 바가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돌연사의 가장 효과적인 일차 예방법은 관상동맥의 동맥경화를 예방하는 것입니다. 동맥경화는 자연적인 노쇠현상이기도 하지만 고혈압, 고지혈증, 흡연, 당뇨병, 비만 등에 의해서 가속화되고 악화됩니다. 따라서 이러한 위험 질환이나 문제가 있는지 찾아서 적극적으로 철저히 치료해야 합니다. 혈압은 최소한 140/90 mmHg 이하가 (가능하면 128/80 mmHg 까지) 되도록 조절해야 하고, 콜레스테롤은 200 mg/dl 이하, 혈당은 공복 시 100 mg/dl 이하가 되도록 조절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담배는 확실히 끊어야 하고 체중은 정상으로 유지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만약에 이미 관상동맥질환, 심근증, 심장판막증과 같은 구조적인 심장병이나 심실빈맥과 같은 심실성 부정맥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는 심장병 치료에 경험이 많은 심장내과 전문의의 지도하에 돌연사 예방을 지상 최대의 목표로 하여 돌연사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확인된 치료법을 이용하여 철저하게 치료하여야 합니다. 또한 연구 보고에 의하면 돌연사 환자의 절반 정도는 돌연사가 발생하기 수 시간 또는 수 일 전에 가슴통증, 가슴 답답함, 호흡곤란, 가슴 두근거림, 현기증, 피로감 등을 느낀다고 합니다. 따라서 심하지 않더라도 특별한 이유 없이 이러한 증상이 생길 경우에는 심장에 중대한 문제가 생기고 있다는 빨간 경고등이 켜진 것이므로 지체하지 말고 심장내과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보셔야 합니다. 모쪼록 본인의 건강은 본인이 챙기셔서 우리 모두가 보람 있는 삶을 누리시기를 기도드립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덧붙일 내용은 우리 모두가 평소 심폐소생술 교육을 반드시 받고 몸에 익혀야 한다는 것입니다. 얼마 전 광주의 한 초등학생이 심장마비로 의식을 잃은 아버지를 인터넷을 통해 배운 심폐소생술을 시행해 구해낸 이야기가 보도된 바 있었습니다.  돌연사는 언제 어디서나 우리가 만날 수 있습니다  평소 심폐소생술을 반드시 익히셔서 주위에서 응급상황을 목격하셨을 때 빠르고 침착하게 심폐소생술을 할 줄 아는 능력이 있어야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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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세명기독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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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커피를 즐기는 편이다. 하루에 서너 잔은 보통이고 많이 마시는 날에는 대여섯 잔까지 마시기도 한다. 어떨 때는 커피를 너무 많이 마셔 속이 좀 쓰리기도 하기 때문에, 좀 적게 마셔야지 하면서도 막상 커피를 즐기는 버릇을 없앨 수가 없다. 날씨가 좋은 날은 날씨가 좋아서 한 잔, 기분이 좀 꿀꿀한 날은 또 그래서 한 잔, 이러니 커피 중독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긴 하지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 또 마시곤 한다.

사실 커피의 나쁜 점은 많이 알려져 왔다. 커피를 많이 마시면 교감신경이 활성화 되면서, 가슴이 많이 뛰는 부정맥이 올 소지가 많다고 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심장 발작을 일으킬 확률이 높아진다고도 이야기 되어 왔다. 또한 위 점막을 많이 자극하여, 위궤양 등의 발생빈도가 올라간다고 하기도 하고, 숙면을방해하여 몸이 피로해지고 불안증 등이 잘 온다고도 한다. 그러나 사실은 이러한 '커피의 나쁜 점'에 대한 과학적 근거는 매우 부족한 편이다. 문헌을 면밀히 고찰해 보면 보통 단기간의 커피 섭취량과 주관적 증상과의 관계를 기술한 내용들이 많고 제대로 체계화된 대규모, 장기간의 역학조사를 거쳐서 나온 결론은 별로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가끔은 커피의 좋은 점도 심심치 않게 의학 잡지에 기술이 되어오곤 했다. 당뇨발생 억제효과, 심장병 예방 효과도 발표된 적이 있고, 심지어는 일부 암의 발생 억제 효과도 기술 되어 왔다.

그런데 최근 도착한 최신의학 잡지를 보니 커피가 더 맛있게 느껴질 좋은 소식이 있어 눈이 번쩍 띄었다. 미국심장협회에서 발행하는 최고 권위의 의학 잡지인 서큘레이션 2009년 3월 3일 판에 커피 소비량과 중풍 발생간의 관계를 연구한 논문이 실렸다. 그것도 무려 8만 3천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무려 24년간 전향적으로 관찰하여 나온 초대형 연구이니, 가히 블록 버스터 급 연구결과라 할 만하다.

이에 따르면 커피를 하루 4잔 이상 마시는 여성은 커피를 안 마시는 사람에 비해 뇌졸중 위험이 20% 이상 줄어드는 것으로 나왔고, 하루 한잔 마시는 여성도 뇌졸중이 12% 나 줄어 드는 것으로 나왔다. 그전에도 이와 유사한 결과들이 소규모 연구에서 발표 된 적이 있어 커피의 뇌졸중 예방 효과는 어느 정도 알려져 있었으나, 이렇게 대규모 연구에서 확인된 것은 처음인 것으로 생각된다. 이 정도 규모의 대형 연구에서 이런 식으로 명확한 결론이 나면 이 결과를 뒤집을 만한 다른 연구들은 나오기 어렵기 때문에, 이 내용은 거의 그대로 의학계의 정설이 되고 만다. 생각해 보라. 어느 누가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커피와 뇌졸중의 관계를 다시 한번 시간 들이고 돈 들여서 연구 주제로 삼아 한번 더 연구 작업을 해 볼 엄두를 내겠는가. 사실 8만 명을 24년간 추적 해 본다는 것은 웬만해서는 하기 힘든 일 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니 이제는 커피가 중풍 예방 효과가 있다는 것은 정설이라고 해도 될 듯 싶다. 갑자기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며 커피가 한잔 더 마시고 싶어진다.

향긋한 커피 한잔을 마시고 나서 바야흐로 기분이 좋아지려는 순간, 논문을 다시 한번 들여다 보니 아뿔싸, 이것은 여성만을 대상으로 한 연구라는 것이 강조 되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 결과가 과연 남성에도 똑 같이 적용될 수 있을까? 물론 그러리라 추측은 되지만, 그것은 알 수 없는 것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과학적 사실은 대충 적용될 수는 없는 법, 증거 위주의 의료를 강조하는 현대 의학에서는 그런 식으로 결론을 낼 수는 없는 법이다. 갑자기 한숨이 나온다. 남성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연구가 나올 때 까지는, 커피를 많이 마시는 것은 아직은 자제해야 하겠다. 대신 집사람에게 좋은 커피나 한 통 선물해야 하겠다. 그러고 커피에 관한 문헌이나 다시 한번 찾아 보아야 하겠다. 물론 커피 한잔 더 마신 후에.

2009년 3월 경북일보 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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